수습끝난 신입 개발자의 회고록

Doori Kim
7 min readJul 7, 2021

--

Photo by Arnaud STECKLE on Unsplash

이직한 회사에서 프론트엔드로 일한지 3개월이 지나가는 이 시점, 지금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 심정을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주체가 되지 않을것 같아 글을 남기기로 했다. 개발이랑 이것저것 맡았던 직전 회사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번아웃이 온 상태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직을 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아마 주된 원인은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됐든 직무의 정체성을 모르는 잡무가 아닌 100% 개발자로 일하는 건 지금 회사가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멋 모르는 신입의 징징거림 일수도 있겠지만… 다들 이런 시기 거쳐 가잖아요.. 흑흑..

신입개발자로서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들,

Photo by Eden Constantino on Unsplash

Scrum Ticket 점수 매기기

이전 회사도 Scrum을 해봤지만, 지금 회사에서처럼 철저하게 원칙들을 지켜가면서 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업무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이번 스프린트에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은 처음부터 못한다고 말을 해야 했지만, 나 자신을 과대평가 + 신입인데 어떻게 거절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티켓들… 그것은 주말에도 나를 일하게 만들었다.

제일 처음 맡았던 페이지는 까보면 까볼수록 참 복잡한 친구였다. 겹겹이 쌓인 input 버무리에 멘붕을 당했었는데.. 추후 UX 개선의 일환으로 복잡한 validation이 추가되면서 한 차례 더 멘붕을 당하고…

나는 최대한 기한 내에 해결하기 위해 redux를 덕지 덕지 발랐고, 그것은 유지보수를 어렵게 만들었다. deploy를 해야하는데 내 코드를 내가 하루만에 고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와서 CTO님과 사수님께 쓴 소리를 들었던 게 최근이다.

코드를 빨리 쳐낼 생각 하지 말고, 미래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설계하자 제발..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솔직해지자!

물론 회사에서 신입의 역량을 테스트하고자 과한 업무를 초반부터 맡길수도 있다. 그럴 때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지 말고, 좀 더 솔직해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 (TMI지만.. 사수님이 이제 나의 실력이 어떤지 파악이 되셔서인지 프론트앤드 티켓 나눌때 이전보다 조금 할당해주시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구분

개발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들 하는지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다. 아래의 리스트는 요 근래 겪었던 이슈들이다. 보면 약간 면접 단골질문 인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로 다들 평소에 많이 부딪힐 문제들이다.

  • 디자이너가 시안을 줬는데, 해당 스프린트 내에 끝내기 어려운 경우
  • 디자이너의 시안대로 구현하다 보니 특정 이슈를 발견했을 경우
  • 스프린트 티켓 외의 시간 걸릴것 같은 업무를 급작스럽게 받는 경우
  • 프론트 로직상 백앤드 API가 수정되어야만 하는 경우
  • 백앤드 API가 잘못 되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 붙잡고 함부로 판단해버리거나 시간을 지체해선 안된다. 나의 경우 몇 가지 케이스들을 생각해보고, 사수님께 물어본다. 5번은 이제 사수님께 물어보지 않고도 백앤드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입사 초반에는 백앤드분께 한 소리 들은 이후로 백앤드와의 소통이 조금 두려웠는데, 이제는 척척! 필요한 거 있음 잘 부탁하고 있다.

API에 에러가 있는지 내 실수인지 헷갈릴 때 백앤드 커밋기록을 보자!

이거 완전 리빙포인트. 밑줄 쫙쫙 그어야 한다. 파이썬 문법 모르긴 하는데 어쨌든 개발 언어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이랑 대조해 보다보면 잘못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오타 찾았다고 말씀드렸더니 PR 날려달라고 하셔서 오타 수정해서 피알 날린적도 있다 ㅋㅋ

어쨌든 요지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하나하나 다 물어보지는 말기.

사수님이 무표정으로 있으면 그냥 집중하시는 건데도 혼자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하면서 용기를 내서 질문을 하곤 하는데, 다들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하하

그치만 한번 철판깔고 질문 하면 분명 나의 편협한 사고보다는 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주시니까! 시니어가 괜히 시니어가 아니다. 존경합니다 사수뉨

Photo by Dmitry Ratushny on Unsplash

무언가 요청할 때 정확한 용어 쓰기

회사의 기술분야가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인 나에겐 너무도 생소했다. 물론 일주일간의 업무 맛보기용 기간이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회사 기술에 대한 발표까지 했지만 여전히 전부를 알진 못한채로 작업을 했다. 처음 맡은 부분은 회사의 핵심기술과는 관련이 그나마 적은 편이어서 괜찮았는데, 두 번째로 맡은.. 게다가 사수님의 코드와 연결되는 부분이 코어 기술과 크게 연결되는 부분이었다.

각각의 기능을 가진 컴포넌트의 이름도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너무 서로 얽히고 설킨 이 관계성을.. 사수님은 대체 어떻게 코드로 풀어내신건지 너무 대단하시기만 했다. 문제는 백앤드 개발자분과 소통할 때 발생했다. 정확한 용어를 모른 채로 API 수정을 요청해야 하는데, 그걸 또 영어로 작성해야 했다. (TMI지만 회사에서 모든 티켓은 영어로 작성하고 있다.) 은연중에 some, it 등의 모호한 표현을 남발했던 것이 문제였다.

나는 이미지를 캡쳐했고 내 나름의 설명을 적었기 때문에 티켓을 받는 사람도 이슈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백앤드 개발자도 당연히 모든 페이지 UI를 다 알고 있고, 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은 알아 들었을수도 있다. (항상 저의 개떡같은 말을 찰떡같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수님….)

What is Problem
--
Reproduce Step
1.
2.
3.
What I want
--

백앤드 개발자분이 내 티켓을 위의 형식으로 뜯어고쳐주었고, 이후 모든 티켓을 최대한 이러한 형식으로 적으려고 노력한다. 뭔가 요청할때 뿐만 아니라 CTO님이나 사수님께 질문 할 때도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자! 정확한 용어를 모르거나 프로세스를 모르겠으면 제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아는척 하고 모르고 있는게 더 나쁘다!

근데 이 문제는 내가 IT 회사에 다니기 이전부터 좀 가졌던 문제긴 했다. 물어는 봐야하는데 머릿속에서 키워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의식의 흐름대로 질문하기…. 아주 고쳐야할 고약한 습관이다. 성격이 급한게 문제다!

뭔가 하고픈 말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앞으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하하.. 갑분 마무리인것 같지만 끝으로 하고픈 말을 남기자면..

모든 시니어 개발자님들에게

까마득해서 기억 안날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들도 신입 때 힘든거 겪어보셨죠 다들.. 신입이 너무 못해도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경력직 신입이 아닌 이상 찐신입이들은 코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매일 출근하면서 짤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수도 있어요. 그런 신입이들이 너무 못한다고 막 혼내지 말고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주니어를 뽑은 여러분의 안목을 믿으세요. 분명 쑥쑥 자라날거에요!

(항상 부족한 저를 견뎌주시는 사수님, 시티오님 감사합니다)

모든 주니어 개발자님들에게

잘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옥죄지 마세요. 한창 힘들 시기에요. 나의 현재 개발 실력이 밑바닥이라면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깐요. 여기서 더 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꾸준히 하다보면 해낼수 있어요!

부지런히 하되, 조급해하진 마세요.

그리고 너무 힘들면 주말에 무조건 코드 치려고 하지말고, 숨 좀 돌리세요! 맛있는 것도 먹고 바깥 바람도 쐬고, 하늘도 많이 봐주세요. 안 되는 거 붙잡고 방구석에서 코드 치면 되려던 것도 더 안되고, 더 우울해집니다.

나에게

고생했다 3개월동안! 그치만 초반에 개발자뽕에 취해서+ 바쁘다고 공부를 게을리 한 것 같구나 나여… 이제 서비스도 출시되었고 하니, CS 지식을 좀 더 파보자! 기술블로그는 이제 제발 정착하고, 기록을 열심히 하자.

그리고 부족한 나를 뽑아준 회사를 위해 하루 빨리 성장하자! 늘 감사하자!

--

--